2009. 8. 5. 14:14
한국형 재난영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개봉한 영화가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입니다.
2009년 처음으로 500만 관중을 넘어선 한국영화로 현재 최고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CG와 관련된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제 기준에서 기본적인 CG는 수준 이상으로 잘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좀더 많은 CG로 디테일한 화면까지 손을 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는군요.
잘 배치된 코믹함으로 지루함 No!
재난영화는 특성상 재난 장면을 빼면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해운대"에는 코믹요소가 영화 전체에 잘 포진하고 있어서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 배치된 코믹한 요소들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간 큰 가족" 등의 윤제균 감독의 전작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아쉬운 재난 장면
하지만 해운대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성과 편집의 디테일은 정말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디테일하게 신경을 썼다면 정말 흠잡을 곳이 없는 대작으로 손가락을 치켜 들겠지만 조금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자면
쓰나미가 밀려드는 장면에서 CG 처리된 바다와 도로상의 실사 장면에서의 파도의 규모와 위력의 차이는 다른 화면을 편집해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가지는
시간흐름에 대한 현실성이 부족해서 긴박해야 하는 상황에서 긴박감이 떨어지는 것은 영화를 전체적으로 평가절하 시키는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재난 영화는 잔혹해도 현실적이거나 치밀한 계산을 통해서 현실감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해운대"에서는 이런 치밀함이 없습니다. (주인공에게 날아드는 총알은 모두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되는 느낌...)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쉬운 점은 너무 인간적이라는 것입니다. 무작정 사람을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살려서 억지스럽게 따뜻함을 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해운대"에서 쓰나미는 사람들에게 절대공포의 대상입니다. 재난영화에서 이 공포의 대상을 현실감을 주고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사람들의 죽음과 그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장면들입니다. "해운대"에서도 이런 장면들을 간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아무리 엑스트라라고 해도) 마지막에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면 공포의 대상이었던 쓰나미는 한 순간에 웃음거리로 변해버립니다. (스포 가능성 때문에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생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대"는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코믹한 요소와 눈감아 줄만한 수준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가 영화의 성공에 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설경구와 하지원의 연기는 두말 할 것이 없습니다. 박중훈과 엄정화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생각보다 비중이 작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해운대"에서 눈에 띄는 연기자는 이민기와 김인권입니다. 이민기는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캐릭터와 싱크가 잘 맞아서 기억에 남는 군요. (남자인 제가봐도 멋진 모습... 당신의 몸이 부럽습니다. ㅠㅠ)
"해운대"의 최대 수혜자는 김인권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인권은 다양한 영화에서 조연으로 항상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해운대"에서 오동춘 역은 너무 인상이 깊어서 주연인 설경구 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단점이 많아도 놓치면 아쉬운 영화
여기저기에서 잘만든 영화다 아니다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만큼 관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재난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지 않고, "해운대"라는 영화로만 생각한 다면 충분히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하지만
친숙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투철한 실험정신의) 재난영화라는 것 만으로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재난영화는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극장에서 봐도 돈 아깝다는 생각이 안 나는 영화 "해운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