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3. 14:24
관람한지 벌써 열흘 이상 지났지만 너무 재미있게 봐서 리뷰를 늦게나마 작성을 합니다. 일이 너무 바빠서 블로그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고 있지만 바쁜 일이 있어도 시간을 내서 소개를 할만한 영화가 "국가대표"입니다.
동계올림픽 유치, 김연아 선수 덕분에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는 개선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계올림픽의 종목들은 여전히 비인기 종목으로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키점프는 정말 생소할 정도로 인기가 없는 종목이 아닌가 싶네요. "국가대표"는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영화입니다.
코믹함과 진지함을 잘 섞어내는 감독 김용화
"국가대표"는 김용화 감독이 "미녀는 괴로워"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영화입니다. 김용화 감독의 스타일은 그가 만든 영화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기회가 날 때마다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영화의 전반적인 무게감을 줄이지만 진지한 메시지 전달도 빠트리지 않는 전형적인 방법을 아주 잘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2003년 "오! 브라더스"에서 이정재, 이범수, 이문식을 통해서 터지는 웃음과 가족애라는 전형적인 메시지 전달을 했고, 2006년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 주진모를 통해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2009년에는 "국가대표"를 통해 비인기 종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잘 매꿔주는 경쾌한 영화
스포츠는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소재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로 성공한 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로 빈약합니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영화가 있다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입니다. "국가대표"도 "우생순"과 비슷하게 비인기 종목과 사람들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우생순"과 전혀 다릅니다. "우생순"은 정공법(?)으로 이야기를 풀었다면 "국가대표"는 약간 우회전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냈습니다. 스포츠 종목의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핸드볼은 직접 대결이라는 특성으로 경기의 과정 자체가 긴장감을 주고, 이를 영화적으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합니다. 그에 반해
스키점프는 긴박한 대결이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다른 경쟁 종목에 비해 경기의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체전 점수로 긴장감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역시 약하게 느껴집니다.)
"국가대표"는 이런 스포츠 자체가 주는 긴장감이 적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이런 부족함을 채워야 하는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빈틈을 순간순간 터지는 유머로 채우고 있습니다. 지루해지기 쉽고 무거울 수 있는 영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되는 군요.
배우들의 안정된 캐릭터 연기
극중 캐릭터와 배우들의 싱크가 놀라울 정도로 정말 잘 맞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지만, 캐릭터들은 저마다 각자의 개성과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주연은 어릴때 버림받고 외국으로 입양된 후 어머니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스키점프를 시작한 밥 (귀화 신청으로 차헌태) 역의 하정우 입니다. 그의 연기는 "비스티 보이즈"나 "추격자"와 같은 작품에서 잘 나타나는 것처럼 아주 강렬합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가 강렬한 외모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국가대표"에서 잘 나타납니다. 기존영화에 비해서 강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연기를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하정우가 차헌태의 캐릭터에 알맞는 적절한 인상을 표현했습니다.
영화의 특성상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국가대표"에서는 중심에는 차헌태가 있지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적절하게 잘 섞어서 "그만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이야기"로 만들어 냈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팀을 이룬 방 코치 역의 성동일, 강칠구 역의 김지석, 최흥철 역의 김동욱, 마재복 역의 최재환, 강봉구 역의 이재응 등이 모두 자기 캐릭터를 잘 표현하면서 적절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김동욱의 톡톡튀는 연기가 아닌가 싶네요.
스포츠영화는 장르의 특성 때문에 CG를 많이 사용해도 배우들의 체력소모가 상당히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와 비슷한 연기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위험도 따르기 때문에 배우들이 싫어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과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 "국가대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여성관객에게도 어필하는 남자이야기
신기한 것은
여자 배우의 비중이 정말 작지만 재미있고 성공적인 작품이라는 것 입니다. 심지어 SF 액션영화에도 등장하는 연애 이야기가 없이도 말이죠. 방수연 역으로 이은성이 출연을 하고 있지만 전체 이야기에 비해 비중이 작습니다. 초반에만 해도 차헌태와 애정전선이 만들어 질 것 같았지만 제 생각을 완전히 벗어나버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적은 남자이야기로는 "주먹이 운다"가 있습니다. "주먹이 운다"의 경우는 여성 관객의 취향에서는 크게 벗어나는 스포츠 영화이지만 "국가대표"는 여성관객에게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이기 때문에 남성관객이나 여성관객에게 쉽게 접근하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여성관객의 시선을 확 잡아 당기는 최고의 외모를 가진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니지만 여성관객에게 어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적절한 유머인 것 같습니다.
멋진 영상과 편집의 승리
"국가대표"는 외국영화 기술을 많이 활용했다고 해도 정말 멋진 영상을 보여줍니다. 스키점프 장면 만을 봐도 충분한 영화 값을 하는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에 눈 쌓인 스키장의 웅장한 모습도 관객에게 시원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멋진 편집과 영상에 대한 이야기는 영상으로 대체합니다.
실화바탕의 가장 영화적인 구성
스포츠영화가 그런 것처럼 과장되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로 관객의 쾌감을 극대화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관객이 느끼는 희열이 크기 때문이죠.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때의 느낌은 배가됩니다. "국가대표"는 스포츠 영화의 요소를 잘 배치한 영화입니다.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의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엉뚱한 캐릭터와 그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직접 관람을 해보시면서 느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가대표"는 단순하게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닙니다. 관객의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그런 영화도 아닙니다.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그려내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 안에서 작은 것들을 느낄 수 있도록 그려낸 작품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몇 일간 내리는 비를 볼 때마다 영화 "국가대표"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적어도 제게는 인상적으로 남은 영화인 것은 분명합니다.
일상에 지치고, 우울한 기분을 풀어줄 웃음과 시원한 영상을 보고 싶은 분에게 영화 "국가대표"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